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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테라피스트=이가현 칼럼니스트]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눈앞에 와있는 이 즈음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옷장을 정리하고 책장에서 눈이 가는 서너 권의 책을 꺼내지 않을까 싶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낮에는 따스한 바람이 손짓하니 이 얼마나 좋은 계절인가? 

 

비록 올해는 코로나라는 무서운 녀석이 많은 사람들을 집으로 몰아넣고 있지만 가을의 달콤함 또한 그와 비견될 것이니 아마도 많은 사람들을 선택의 딜레마로 몰아넣을 것이다. 

 

오늘은 나도 그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서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로 나섰다. 도심을 피해서 평소에도 조금 한산한 거리를 택했지만 이심전심인가 이미 거리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가을의 오후를 만끽하던 중 직업병에 걸린 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지켜보고 사람들의 체형을 살펴보면서 “저 사람은 목이 아프지 않을까?”, “그리고 또 저 사람은 허리가 아프지 않을까?” “저 학생은 가방을 저렇게 메면 어깨가 아플 텐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인가. 

 

최근 코로나로 요가 수업을 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시간의 여유가 허락하지 않았기에 미뤄뒀던 해부학과 몸의 기반을 다루는 움직임에 관한 책들을 꺼냈다. 최근의 나의 관심사로 인해서 거리의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눈이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칼럼에서 다뤘듯이 모든 사람들은 통증을 느낀다.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통증일 수도 있고 고질적이고 만성적인 통증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통증으로 인해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럼 이러한 통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잘못된 기반에서부터 시작되는 올바르지 않은 자세와 잘못된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가원을 오픈하고 주변의 많은 이로부터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함께 많은 화분과 식물들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분명 눈에 보이는 같은 식물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같은 기간을 두고 같은 양의 물을 주었다. 

 

하지만 어떤 식물은 잎이 푸릇푸릇 해지며 튼튼해지는 반면 다른 식물은 잎의 가장자리가 점차 시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선물한 사람의 마음을 알기에 급히 주변 화원으로 가서 잔뜩 심각한 얼굴로 내가 본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분명 나는 상당히 심각하였지만 화원의 주인아주머니는 차분히 내 이야기를 듣더니. 모든 상황을 파악한 듯 한마디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화분에 있는 식물은 아무리 잘 키워도 죽게 되어 있으니 여기 가지고 와서 분갈이를 해서 가지고 가세요.”

 

나는 그분의 단호한 표정과 답변에 압도되어 100% 이상의 신뢰를 가지고 요가원으로 돌아와서 항상 맘에 걸리던 시들어가는 화분 세 개를 급히 화원으로 운송하였다. 화원으로 옮겨진 식물들의 상태는 그야말로 위중한 상태였기에 옆에 서서 환자의 보호자처럼 초조한 심정으로 분갈이를 지켜봤다. 

 

화원의 안주인 아주머니는 나의 초조함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침없이 나무를 들어내고 화분을 거꾸로 엎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다음 관경은 나에게 있어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비옥한 흙으로 채워졌어야 하는 화분 안에는 스티로폼과 이상한 덩어리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흙은 채 얼마 되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비워진 화분에 층층이 필요한 토양이 채워지기 시작하고 마지막으로 나무도 자리했다. 나무 주변에도 좋은 흙들이 채워지고 나서야 아주머니는 허리를 펴시며 한 마디 하셨다. 

 

“흙이 좋아야 뿌리가 튼튼하고 그래야 사람들이 보는 나무가 아름다워진답니다.” 



 

오늘 거리에서 눈에 들어왔던 세 명의 사람을 떠올리면서 책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분명 그들도 기반의 문제로 인해서 통증이 발생했고 그 통증으로 인해서 잘못된 자세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며 그 잘못된 자세로 인해서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고 더 나아가서는 통증이 점차 더 커지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 통증을 다스리는 방법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화분을 완전히 엎고 이전의 흙과 스티로폼과 쓰레기들을 비우고 새로이 흙을 채웠듯이 말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앉고 서는 자세에서부터 기반을 올바르게 두고 앉고 서야 할 것이며 걸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팔을 사용함에 있어서도 회전할 수 있는 가동성에 대해서 올바르게 알고 내회전과 외회전을 구분하여서 팔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목과 어깨 그리고 등과 허리까지 이어지는 경추와 척추는 이상적인 굴곡이 있기에 그 본 모습에 가장 가까운 자세로 앉아야 할 것이다. 

 

선 자세 역시도 발바닥의 이상적인 지점들에 적정한 무게 분할이 이루어진 후 무릎과 허벅지도 올바른 위치에서 힘이 발생해야 하며 걸을 때도 발바닥이 지면을 딛는 순서에서 상·하체의 균형이 필요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기반들과 자세들의 미묘한 차이와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것들을 간과한 채 통증이 발생하면 마치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버릴 것이다. 하지만 가장 기본부터 다시 들여다보고 작은 차이만으로도 통증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인체는 너무나도 신비하기에 그 신비함은 우주와 비견되지도 한다. 아니 어쩌면 우주 이상의 신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이치를 알고 원리를 알게 되면 복잡하고 심각한 통증이라고 하더라도 예방하고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요가로 시작해서 현재는 운동을 가르치고 통증을 치유해 주는 테라피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오늘도 한 페이지의 책을 읽고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그 통증과 관련된 생각을 할 것이다. 내가 느꼈던 통증과 지금까지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통증을 너무도 잘 알기에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의 통증에 대해서도 반드시 알 것이고 치유를 경험하게 할 것이다. 나는 통증을 이해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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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9-24 1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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