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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나를 만나는 시간③

 

빈틈이 필요해


 칼럼 '빈틈이 필요해' [사진출처=언스플래시닷컴] 


[더테라피스트=최아룡 칼럼니스트] 오늘은 6월의 첫 날이자,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다. 하루 시작, 한 주 시작을 준비하면서 일정표를 확인한다. 하루 일과들을 확인하고, 만날 사람들, 점심 약속, 저녁 약속 등도 살핀다. 시간대별로 진행할 일들이 있을 때,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으로 스스로 평가한다. 

 

지금 내가 생활하고 있는 공간을 멀리 떠나 있을 때는 낯선 시간, 공간 속에서 내 몸의 부적응상태가 나타난다. 장시간 이동하느라, 다리가 붓고 몸이 찌뿌둥하다. 시차 때문에 잠을 설치게 된다.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서 맑은 정신으로 있다가, 밝은 대낮에 잠이 쏟아진다. 학회에서 발표자가 말하는 데, 그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들은 해외에서 온 참가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짧은 시간에 몸을 풀고, 머리도 맑아지도록 시르시아사나(머리서기, 혹은 물구나무서기) 하게 된다. 머리정수리를 바닥에 대어 사하스라라차크라를 자극을 주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 

 

그래서 호텔이나 지인의 집이나, 내가 묵게 되는 곳에서 항상 시르시아사나를 할 공간을 찾는다. 머리를 바닥에 댈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 그리고 10분 이상, 20분 이상으로 진행할 때, 머리서기 상태에서 잠깐 발을 벽에 기댈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 

 칼럼 '빈틈이 필요해' [사진출처=언스플래시닷컴] 


호텔도, 지인들의 집도 다들 쾌적하게 꾸며져있다. 벽에 그림도 걸려있고, 화분도 있고, 장식장, 책장도 있다. 소파도 있고, 식탁도 있고, TV도 있고, 산과 강에서 수집한 돌들도 있다. 고운 빛깔의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놀고 있는 작은 수족관도 있다. 벽 아래쪽에는 화초도 가꾸고, 분재도 되어있다. 


주인의 개성에 따라서 때로는 고풍스럽게 꾸며진 집도 있고, 아기자기하게 이쁘게 꾸며진 집도 있다. 어르신들이 있으면 어르신들이 필요한 물건들도 있고. 아이들이 있으면 장난감들, 어린이용 책상과 의자, 집의 구석구석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잘 꾸며져있다. 그 속에서 내가 물구나무서기를 할 공간을 찾아 공간을 휘익 한번 둘러본다. 

 

나는 물구나무서기를 위해 아주 작은 공간만 있으면 된다. 물구나무서기는 쿠션이 있는 침대 위에서 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필요한 요건은 두 가지이다. 머리를 댈 수 있는 딱딱한 바닥. 얼굴 수건 한 장이면 충분한 공간이다. 머리를 바닥에 대고 거꾸로 선 상태에서 두 발을 잠깐씩 벽에 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비틀거리다가 잠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칼럼 '빈틈이 필요해' [사진출처=언스플래시닷컴] 


그런데 벽에 액자에 넣은 그림이 걸려있으니, 물구나무서기 중에 비틀거려서 발이 부딪히면 저 그림을 훼손할 수 있겠네. 자칫 잘못하면 저 수족관을 깰 수도 있겠네. 저기 저 화분은 어떻게 하지. 저기 스마트폰 충전기가 있는 전기줄에 걸릴 수 있겠네. 공간마다 정말 빈틈이 없구나.

 

우리는 삶에서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빈틈을 끊임없이 채우려 한다. 우리들의 집에서 온전히 비어있는 벽이 있는가 둘러보자. 빈틈없이 채워진 공간에서 나는 물구나무서기 할 곳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맨다. 내가 요가에서 최고의 철학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로 지(地), 수(水), 화(火), 풍(風), 공(空), 즉 공(空), 비어있음을 우주의 구성요소로 보고있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도 빈틈이 필요하다. 공간에서도, 시간에서도 비어있음이 필요하다. 내 시간에 빈틈이 없을 때 아무도 내게 다가올 수 없다. 내 공간에 빈틈이 없을 때 아무도 내게 다가와 앉을 수 없다. 빈틈을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 삶에서 비어있을 때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


칼럼 '빈틈이 필요해' [사진출처=언스플래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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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6-02 16: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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