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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나를 만나는 시간②  


나만의 속도



 

칼럼 '나만의 속도' [사진출처=언스플래시닷컴]


[더테라피스트=최아룡 칼럼니스트]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나는 이 말을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는다. 반은 믿는다고 하는 이유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면 왜 반은 믿지 않는다고 하는 거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여서 뭔가를 시도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시도하며 실패도 하고, 실패하면서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도 알게 된다. 그 다음번 시도에서는 다르게 접근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뭔가 이루어낸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무슨 복을 그렇게 많이 받았는지 늘 꽃길만 걸어온 것 같다. 매사에 대단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손대는 일마다 척척척 다 이루어지는 것 같다. 실패와 좌절이라고는 전혀 상관없이 늘 당당하고 당차게 살아온 사람들로 보일 수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그런 건 없다. 그들도 수없는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고 일어섰을 뿐이다. 


그들도 나처럼 손대는 일마다 안 되는 경험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황장애와 같은 상황들도 경험했을 것이다. “이 일도 또 안 되면 어쩌지?”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은 ‘뜻밖의’ 상황들을 만나지 않는가? 나의 뜻과는 다른 상황들이 발생한다. 누가 이 코로나 팬더믹 사태를 예상이나 했던 사람이 있는가? 올해 대학입시를 앞둔 고3들이 학교를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 진행하던 사업들을 추진할 수 없게 된 경우들도 있다. “나는 억수로 재수 없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에 젖지말라고 이 칼럼을 쓰게 된다. 지금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나는 억수로 재수 좋은 사람이야.”라고. 

 칼럼 '나만의 속도' [사진출처=언스플래시닷컴]

지난 칼럼에서 내가 이사한 새집은 처음 요가원을 냈던 곳과 가깝다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병원도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교통사고? 2003년 8월 중에 요가원을 개원하고, 바로 다음해 1월에 교통사고가 났다. 생일 파티에 갔다가 택시를 타고 오는 길에 사고가 났다. 그날 밤에 눈이 왔다. 나는 택시 뒷좌석에 앉았다. 택시는 신호등 앞에서 정차하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반대쪽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차가 미끄러져오면서 중앙선을 침범했고, 내가 탄 택시까지 와서 충돌했다. 

 

나는 그저 뒷좌석에서 몸이 흔들리며 앞좌석에 머리를 한번 쿵 하고 부딪혔을 뿐이었다. 택시기사분이 ‘경찰서에 같이 가서 조서 쓰도록 해요. 지금은 몸이 괜찮아도 나중에 아플 수 있으니깐, 꼬옥 병원가세요.’라고 조언해주었다. 그 분 조언대로 경찰서에서 조서를 쓰고, 요가원이 있는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새벽 2시가 넘었다. 특별히 다친 곳도 없어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오전에 눈을 떴다. 온 몸이 욱신거렸다. 일어나 앉았는데, 두 팔을 들 수가 없었다. 어머머머, 세상에...이럴 수가. 택시기사분이 얘기하신 것이 이것이었구나. 그래서 요가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병원으로 가서 입원했다. 그 병원이 바로 지금 집 옆에 있다. 퇴원한 후에도 눈비가 내릴 때 즈음이면, 온몸이 욱신욱신하는 걸 경험했다. 날씨가 궂은 날이면, 어르신들이 “에미야, 빨래 걷어라!!!”라고 하던 광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요가 동작들을 할 수 없으니, 호흡명상을 하게 되었다. 철야호흡명상을 하던 어느날, 갑자기 내 몸을 움직이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의지하지 않는데도, 몸을 활처럼 펴주는 동작을 하였다. 저절로 몸이 그렇게 움직였다. “아, 시원해”라는 느낌을 몸이 알아차렸다. 


 그 날 이후, 날이 흐릴 때마다 몸의 욱신거리는 증상이 말끔히 사라졌다. 몸이 몸 스스로 움직이는 기제들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안에서 내 마음이, 내 인식이 내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 몸 자체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 때까지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으니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봐야 하나? 아니다. 나는 계속 호흡수련을 하고 있었다. 

 

내게는 큰 깨달음이었다. 내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있는 분들께 나눌 수 있는 요가를 알려드릴 수 있는 것도 이때의 경험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칼럼 '나만의 속도' [사진출처=언스플래시닷컴]

그럭저럭 다시 요가수업을 진행하고 몇 년 후, 연말을 고향집에서 보내고, 1월 1일 서울로 돌아왔다. 새해부터는 이제 논문자격시험 과목 중 영어과목이 있어, 토익점수로 대체하려고 계획했다. 토익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다음날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고,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이었다. 

 

그 때, 아버지 안부를 여쭤보고 병원으로 내려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순간, ‘아, 영어공부 새롭게 시작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좀 하려고 하면, 왜 이렇게 사고가 터지지?’ 그리곤 기도했다. “주님, 저는 지금까지 부모님께 걱정만 끼쳐드리고 아무 것도 해드린 게 없습니다. 우리 아버지 살려주시면, 제가 좋은 일 많이 하면서 살겠습니다. 살려주세요!”

 

KTX가 개통된 지 오래되지 않았을 때였다. 저녁 요가수업이 끝나고, 서울역으로 달려가 KTX를 타고 대구로 갔다. 병원으로 가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라, 외삼촌 댁에서 잤다. 그리고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가서 부모님이 식사하시는 것을 보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러면 오후 요가수업들을 진행할 수 있었다. 평일에는 내가 자주 가 뵙고, 직장 다니는 동생들은 주말에 갔다. 

 

내가 아버지를 돌봐드리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영어시험 일정은 나를 위해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서울-대구를 이동해야 하고, 요가수업 해야 하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공부를 어떻게 하지? 토익시험 신청한 것을 취소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시험 자체를 취소하면 그나마 영어공부 자체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을 듯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되니, 그냥 계속 한다였다.

 

그 때 토익시험 교재를 하나 구입했다. 교재 테이프가 있는 것으로 구입했다. 어학용녹음기를 구입했다. KTX를 타고 가면서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었다. 이어폰으로 듣다가 KTX에서 잠들기도 했다. 요가원에서는 청소를 하면서도 이어폰으로 반복해서 들었다. 토익시험결과, 점수는 더 내려갔다. 토익점수로 영어시험을 대체하려는 내 꼼수는 통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힘든 중에도 계속 중지하지 않고 지속했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그러면 이제 대학원에서 치르는 영어시험을 쳐야하는 것이다. 시험 치는 거지, 뭐. 

 

그 사이에 어머니의 지극한 간호로 아버지는 퇴원하시게 되었다. 편마비 상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걸어 다니실 수 있고, 일상생활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지능력이 있으시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나도 요가수업을 진행하면서 영어시험에도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대학교 자체 영어시험은 좋은 성적으로 무사히 통과했다. 만약 내가 중간에 멈추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 다시 시작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적응기간도 더 필요했을 것이다. 하루에 책 한 장만 봐도 되니깐, 손에서 놓치는 말자하고 속도가 느리긴 했지만,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시험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내가 아버지 때문에 병원을 다니면서, 많은 뇌경색 환자분들을 뵐 수 있었다. 그 환자분들의 몸과 마음,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들, 병원 의료진들의 몸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니, 요가의 한 호흡, 한 동작, 한 순간의 명상도 조금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몸 움직임이 힘든 분들에 대해서도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칼럼 '나만의 속도' [사진출처=케이테라피요가.최아룡 소장 SNS]


코로나 팬더믹 사태로, 서울시 동남어르신돌봄종사자 지원센터의 아치요가수업도 1월말부터 중단되었다. 5월 11일부터 수업이 재개되었고, 5월 18일에 김유근 작가님께서 사진촬영을 해주셨다. 짧은 영상으로 편집해서 K-Therapy 페이스북에 올리신 날짜가 5월 19일이었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바로 그날이 2년 전에도 필자가 문정동 수업 후 기념 촬영한 단체사진을 올린 날이었다. 참여자들도, 나도, 행복한 표정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내가 진행하던 속도대로 가지 못하고, 뜻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멈추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멈춤 또한 나의 속도이다. 그 멈춤도 내게는 큰 스승이다. 마음을 열어두면, 내게 일어나는 모든 현상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내게서 괴로움과 기쁨의 감정들, 서운함과 반가움의 감정들이 어떻게 교차하는 지 바라보자. 그리고 내게 기쁨과 보람을 주는 일들이 무엇인지 분별하자. 

 

내가 간절히 원했던 일은, 환하게 웃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직하게 돈을 벌면서 내가 기쁘고 행복을 느끼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명성과 지위는 내가 일한 결과로 얻는 것이지, 명성과 지위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 일에 대한 갈망을 멈추지 않고, 그 갈망하는 일을 향해서 조금씩 진행해가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 때로는 간절히 원했던 것 이상으로. 그러니 이 힘든 시간 속에서 알아차려야 한다. 바로 당신은 억세게 재수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칼럼 '나만의 속도' [사진출처=더테라피스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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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25 12: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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